그린워싱의 시대: 진짜 친환경과 가짜 친환경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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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1-20 10:43 조회26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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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의 시대: 진짜 친환경과 가짜 친환경 사이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요즘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실제로 노력을 많이 해도 소비자들은 의심부터 하고, 반대로 실속 없이 마케팅만 화려한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은 필수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린워싱'에 대한 경계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급증하는 그린워싱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합니다. 국내에서 환경성 표시·광고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최근 4년간 16.5배나 급증했습니다. 2020년 110건에서 2023년 1,822건으로 폭증한 것입니다.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병에 멸종위기 동물 그림을 넣어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지만 플라스틱 감축 계획은 없거나, KC인증이라는 의무 안전기준을 마치 특별한 친환경 인증인 것처럼 홍보하는 식입니다.
진짜 문제는 신뢰의 붕괴
그린워싱의 진짜 문제는 단순히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까지 의심받게 만들어 친환경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입니다. EU 시장 제품의 75%가 친환경 주장을 하지만, 절반 이상은 모호하거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5년간 연구개발 끝에 진짜 생분해되는 소재를 개발한 중소기업도 "대기업들이 '친환경'이라는 단어만 남발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우리 제품도 그저 마케팅 용어쯤으로 생각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강화되는 규제, 그러나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그린워싱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EU는 2024년 기업이 친환경 주장을 하려면 전생애주기(LCA) 분석 등 과학적 근거와 독립적 검증을 의무화했고, 미국 FTC도 11년 만에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한국도 공정위와 환경부가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단속 인력이 3명에 불과하고 적발 사례의 99%가 행정지도에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윤리경영의 답: 투명성과 겸손함
진정한 친환경을 추구하는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첫째, 솔직하게 공개하라. 한 화장품 브랜드는 "우리 제품 용기의 30%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70%는 새 플라스틱입니다. 2030년까지 100% 재활용 소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오히려 신뢰를 높였습니다.
둘째,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라. "친환경", "에코", "그린"이라는 형용사 대신, "탄소배출량 전년 대비 15%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40%" 같은 측정 가능한 지표를 사용해야 합니다.
셋째,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여줘라. 제품 하나만 친환경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것이 가장 흔한 그린워싱 유형입니다. 생산 전 과정, 공급망 전체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진심은 통한다
최근 한 패션 브랜드는 그린워싱 논란 이후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든 친환경 마케팅을 중단하고, "우리는 아직 완벽하게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년 개선하고 있으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놀랍게도 브랜드 이미지는 오히려 개선되었습니다.
윤리경영의 핵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입니다. 그린워싱 시대에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보이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정말로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그 대답이 진솔할 때, 소비자들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정직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린워싱 시대를 넘어서는 진짜 윤리경영의 길입니다.
윤리경영 칼럼 / 2025년 11월
세종윤리연구소
최보인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