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윤리의 다리 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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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23 09:15 조회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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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중견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식사를 하던 중 인상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MZ세대는 조직윤리라는 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우리 땐 당연했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불공정이고 침해죠.” 그는 최근 사내 팀장과 MZ 직원 사이에 있었던 충돌 사례를 이야기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듣는 내내 느낀 점은 분명했습니다. 지금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단순한 세대차를 넘어, ‘윤리에 대한 감각의 충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조직은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기성세대는 조직의 위계와 충성심을 중요시하며, 업무는 인내와 책임을 바탕으로 완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반면, MZ세대는 공정함, 자기표현,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합니다. 이러한 가치 차이는왜 일찍 퇴근하냐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가 되거나, ‘회식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주장을 부당하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윤리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기업 윤리경영의 과제는 이제 단순한 부정부패 방지가 아닙니다. 조직 내 구성원들이 서로를 어떤 방식으로 존중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가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MZ세대는윤리법규 준수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에서 해석합니다. 투명한 소통, 존중 기반의 피드백, 공정한 기회 제공이 그들이 생각하는 윤리적 조직문화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는 여전히윤리는 외부에 보여주는 것이라는 태도가 지배적입니다. 복무규정과 매뉴얼은 있으나, 정작 회식 자리의 권위적인 분위기나 회의 중 무시당하는 발언은 윤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MZ세대는 냉정합니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인내하지 않으며, 갈등이 반복되면 조용히 퇴사하거나 SNS로 문제를 폭로합니다. 이때 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평판 손실을 입게 됩니다.

 

윤리경영, 갈등을 넘어 다리를 놓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윤리경영을 단지 외부 리스크 대응 수단이 아닌, 조직 내부의 소통과 문화 개선의 중심축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갈등을 회피하거나 억제하려 하지 말고, 세대 간 대화를 유도하고, 서로의 윤리 감각을 이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몇몇 선도 기업들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팀장급 이상에게 ‘MZ세대 이해 교육을 제공하거나, 사내 익명 커뮤니케이션 툴을 도입해 수직적 표현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기업은세대 통합 윤리 워크숍을 운영하여 갈등 사례를 윤리적 딜레마로 재구성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판단해보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지 HR 전략이 아니라, 윤리경영의 확장된 실천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

조직 내 윤리경영은 점점 더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보다어떻게 함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모든 세대가 존중받고 있는가?”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누군가에겐 불공정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가?”
갈등이 있을 때, 조직은 윤리적 소통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성찰과 행동이 뿌리내릴 때, 조직은 세대의 벽을 넘어 윤리의 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는 구성원 하나하나가이곳은 나를 존중하는 조직이라는 신뢰를 품게 될 것입니다. 결국 윤리경영이란, 다름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 그 자체인 셈입니다. 

 

윤리경영 칼럼 / 2025년 6월

                                                                                      세종윤리연구소 

최보인 박사​